상간자(상간녀·상간남) 소송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피고 측 항변이 있습니다. 자기를 만나기 전에 이미 원고와 남편(또는 아내) 사이가 파탄나 있었으니, 자기의 부정행위가 혼인을 깨뜨린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상담실에서 이 항변에 대해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은 두 가지입니다. 별거 중이었다는 사실만으로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나요, 별거 중이면 위자료를 받을 수 없나요. 본 글은 의정부지방법원 2023드단5206 판결을 토대로 이 항변이 어떤 구조로 다뤄지는지 정리합니다.
사건의 기본 구도
이 사건은 아내(원고)가 남편의 상간자(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입니다. 피고는 원고의 남편과 부정행위에 이른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자기가 남편과 관계를 맺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이미 원고와 남편 사이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상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의 주장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원고가 남편의 가정폭력과 성매매 등으로 인해 이미 자녀를 데리고 집을 나가 별거 중이었다.
- 따라서 자신이 남편과 관계를 시작할 무렵에는 부부가 사실상 갈라선 상태였다.
- 결국 자신의 부정행위는 혼인 파탄의 원인이 아니라, 이미 파탄난 관계에 따라온 결과일 뿐이다.
핵심 쟁점은 단순합니다. 별거와 가정폭력 등 다른 파탄 사유가 함께 있는 사안에서, 상간자의 부정행위가 혼인 파탄의 원인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입니다.
법원의 결론,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의정부지방법원은 피고의 이미 파탄난 사이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정적 근거는 원고가 남편을 상대로 먼저 제기했던 이혼 소송의 확정판결입니다.
선행 이혼 소송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 남편의 가정폭력과 부당한 대우(민법 제840조 제3호, 제6호)뿐 아니라, 피고와의 부정한 행위(민법 제840조 제1호) 역시 혼인 파탄의 원인이라고 명확히 인정했습니다.
- 선행 소송에서 남편 측도 원고가 무단가출하여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는 같은 취지의 주장을 펼쳤으나, 법원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이를 배척했습니다.
이번 상간자 소송에서 의정부지방법원은 선행 이혼 판결의 인정 사실에 기속되는 효과를 그대로 받아들여, 피고의 부정행위가 혼인 파탄의 한 원인이라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즉, 피고의 부정행위가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 이상, 피고는 원고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진다는 결론입니다.
위자료 산정, 청구액 3,000만 원 중 1,000만 원 인정
법원은 위자료 액수를 산정할 때, 남편의 가정폭력 등 피고의 부정행위 외 다른 귀책사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혼인이 파탄에 이른 점을 함께 고려했습니다. 그 결과 원고 청구액 3,000만 원 중 1,000만 원을 위자료로 인정했습니다.
이 액수의 의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판단 내용 |
|---|---|
| 피고 책임 인정 여부 | 인정(부정행위가 파탄 원인 중 하나) |
| 위자료 청구액 | 3,000만 원 |
| 인정 위자료 | 1,000만 원 |
| 감액 이유 | 남편의 가정폭력 등 다른 귀책사유 복합 작용 |
부정행위 외에 다른 파탄 사유가 함께 인정되는 사안에서는, 위자료 액수가 통상 사안보다 줄어드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입니다.
이미 파탄난 사이 항변이 왜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상담실에서 보면, 상간자 피고 측은 이미 파탄난 사이 항변을 매우 자주 꺼냅니다. 그러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는 사례는 통상적으로 매우 제한적입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파탄의 시점에 대한 입증이 쉽지 않습니다. 별거가 시작됐다는 사실만으로 혼인이 법적으로 파탄났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별거 중에도 부부가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경우, 자녀 양육 문제로 일시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경우 등 다양한 상황이 있습니다.
- 선행 이혼 판결의 인정 사실이 후행 상간자 소송에 그대로 영향을 미칩니다. 이 사건처럼 선행 이혼 소송에서 부정행위가 파탄 원인 중 하나로 인정된 경우, 상간자 소송에서 피고가 이를 뒤집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 부정행위 자체가 파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별거 상태였다 하더라도 부부 일방의 부정행위는 부부 관계 회복의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는 효과가 있고, 법원은 이 부분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별거가 시작됐으니 무조건 파탄이라는 논리는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파탄의 법적 의미는 별거 사실 하나로 결정되지 않고, 부부 관계의 회복 가능성과 그 노력의 흔적이 함께 평가됩니다.
원고 입장에서 준비해야 할 것
상간자 소송을 제기하는 원고 입장에서는, 피고의 이미 파탄난 사이 항변을 사전에 무력화할 수 있는 자료를 갖춰 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 선행 이혼 소송의 진행과 그 판결문: 이혼 소송에서 부정행위를 파탄 원인 중 하나로 인정받아 두면, 후속 상간자 소송에서 매우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 별거 기간 중에도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한 흔적: 카카오톡 메시지, 자녀 양육 협의 기록, 가족 행사 참여 등 일상적인 흔적이 별거 자체로 파탄을 단정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 부정행위가 본격화된 시점에 대한 객관 자료: 통신 기록, 메시지, 사진, 동행 기록 등을 통해 부정행위 개시 시점이 별거 직후가 아니라 부부 관계 회복 가능성이 남아 있던 시점이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면 항변 무력화에 유리합니다.
저는 상간자 소송을 진행할 때 선행 이혼 소송과의 연계 설계를 가장 먼저 검토하는 편입니다. 두 소송이 어떤 순서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인정 사실의 무게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피고 입장에서 이 항변이 의미 있게 작동하려면
피고 측에서 이 항변을 펼치는 경우, 단순히 별거 중이었다는 사실 정도로는 위자료 자체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다음 자료가 갖춰져 있다면, 위자료 액수의 감액 사유로는 의미 있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 부정행위 개시 이전에 부부 관계가 사실상 회복 불가능 상태였다는 객관 자료(장기간 별거, 이혼 합의, 자녀 양육과 재산 분배의 사실상 정리 등).
- 부정행위 외 다른 파탄 사유(가정폭력, 성매매, 도박 등)에 대한 자료.
이 사건에서도 결국 피고의 책임 자체는 인정됐지만, 다른 파탄 사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점이 위자료 감액 사유로 작동했습니다. 책임을 완전히 면하는 데까지 가지는 않지만, 액수를 의미 있게 줄이는 효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자주 받는 질문 정리
Q. 별거 중에 만난 사람이라면 위자료를 받을 수 없나요? A. 별거 중이라는 사실만으로 위자료가 부정되지 않습니다. 별거가 시작됐다는 사실과 혼인이 법적으로 파탄났다는 사실은 별개입니다. 법원은 별거의 사유, 회복 가능성, 부정행위가 파탄에 기여한 정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Q. 선행 이혼 소송 없이 곧바로 상간자 소송을 제기해도 되나요? A. 가능합니다. 다만 본 판결처럼 선행 이혼 판결이 있는 경우 인정 사실이 그대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두 소송의 순서와 전략을 함께 설계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이혼 소송과 상간자 소송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사전 검토가 필요합니다.
Q. 다른 파탄 사유가 함께 있는 경우, 상간자 위자료가 얼마나 줄어드나요? A. 사건마다 다릅니다. 본 사건에서는 3,000만 원 청구 중 1,000만 원이 인정되어 감액 폭이 컸습니다. 다른 사유의 비중과 부정행위가 파탄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통상의 위자료에서 일정 부분 감액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리하며
상간자 소송의 단골 항변인 이미 파탄난 사이 주장은, 별거 사실 하나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통상적인 흐름입니다. 본 의정부지방법원 사건처럼 선행 이혼 판결에서 부정행위가 파탄 원인 중 하나로 인정된 경우라면, 상간자 소송에서도 책임이 인정됩니다. 다만 다른 파탄 사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경우 위자료 액수 감액 사유로는 작동할 수 있습니다. 사건의 사실관계와 자료에 따라 결과 차이가 크기 때문에, 소송 전에 사실관계와 증거를 정리하는 단계가 중요합니다.
작성: 법무법인 존재 가사상속팀 · 최종 검토 2026-05-30
본 글은 의정부지방법원 2023드단5206 판결을 토대로 한 일반 법률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별 사안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건은 변호사와 별도로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