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분 사건에서 가장 무서운 단어는 시효입니다. 상담실에서 보면 진작 알았다면 청구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하시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오늘 소개할 판례는 사망 후 2년이 지나 제기된 유류분 반환 청구가 소멸시효 도과를 이유로 1심에서 기각되었다가,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힌 사례입니다. 안 날로부터 1년이라는 한 줄 규정 뒤에 어떤 해석이 숨어 있는지, 저는 이 판례를 통해 자주 설명드립니다.
사건의 뼈대 — 배우자가 조카에게 증여된 부동산을 다투다
망인은 2016년 3월경 자신 소유의 부동산을 조카에게 증여했고, 2018년 4월 사망했습니다. 자녀가 없었던 배우자(원고)가 유일한 상속인으로 남아, 조카(피고)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배우자가 망인 사망 직후 명의신탁 약정이 있었다는 주장으로 별도의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소송을 먼저 제기했다는 사실입니다.
1차 쟁점 — 제3자에 대한 1년 전 증여, 유류분 산정에 포함되나
민법은 유류분 산정 시 증여 재산을 어디까지 포함할지 다음과 같이 정합니다.
- 공동상속인에 대한 증여: 기간 제한 없이 특별수익 전부 포함
- 제3자에 대한 증여: 원칙적으로 상속 개시 1년 이내의 증여만 포함
그런데 판례는 한 가지 예외를 둡니다.
당사자 쌍방이 증여 당시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를 했다면, 상속 개시 1년 이전의 증여도 유류분 반환 대상이 된다.
이 사건에서 망인은 증여 당시 이미 고령이었고, 별다른 소득 없이 병원비 지출이 반복되었으며, 기초생활수급자 신청까지 한 사정이 인정되었습니다. 조카도 이런 사정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1심도 항소심도 가해 인식을 인정하여, 2년 전 증여도 유류분 산정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단했습니다.
2차 쟁점 — 안 날로부터 1년 어디서부터 세야 하나
민법 제1117조는 유류분 청구의 단기소멸시효를 안 날로부터 1년으로 정합니다. 문제는 무엇을 안 날로 볼 것인가입니다. 판례 입장은 비교적 엄격합니다.
- 단순히 증여·유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는 부족함
- 그 증여가 내 유류분을 침해하여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점까지 알았어야 함
1심 판결은 앞선 명의신탁 소송 1심에서 부동산이 피고에게 증여되었다는 점이 판단됐고, 그 판결문이 송달된 2019년 7월 30일 무렵에는 원고가 유류분 반환 청구가 가능하다는 사실까지 알았다고 봐야 한다고 보아 1년이 지난 2021년 3월 5일의 본 소 제기는 시효 도과라고 결론냈습니다.
항소심이 결과를 뒤집은 논리
항소심(대전지방법원)은 동일한 판례를 인용하면서도, 구체적인 사정에서 결론을 달리했습니다. 핵심은 원고가 명의신탁 사실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유류분 반환 청구를 행사하지 않은 데에는 수긍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 원고는 명의신탁 약정이 인정되리라고 믿고 별도 소송을 진행했음
- 명의신탁이 인정되면 증여가 아닌 신탁 반환 사건이므로 유류분 자체가 문제되지 않음
- 따라서 증여로 인한 유류분 침해라는 인식은 항소심·상고심 확정 시점에 비로소 명확해졌다고 봄
결과적으로 안 날은 명의신탁 소송 상고심 판결이 있은 2020년 9월 15일경으로 늦춰졌고, 본 소가 그로부터 1년 이내에 제기되었으므로 시효 도과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실무적 시사점 — 무엇이 안 날인가
이 판례는 다음을 분명히 합니다.
- 증여 사실을 알았다고 무조건 시계가 출발하지 않음
- 권리자가 다른 법적 구성(예: 명의신탁)을 진지하게 다투고 있었다는 사정이 있으면, 시효 기산점이 늦춰질 수 있음
- 통상 시효 항변은 강력하지만, 사실관계 정리로 충분히 다툴 여지가 있음
의뢰인이 자주 빠지는 함정
저는 상담실에서 시효 문제를 다룰 때 다음을 꼭 확인합니다.
- 망인 생전·사후에 어떤 소송·이의 신청을 했는지
- 등기부 열람·세무 통지 등으로 증여 사실을 객관적으로 확인한 시점
- 변호사·법무사·세무사 자문을 받은 시점
- 가족 간 대화나 문자로 증여 사실이 공유된 시점
이 단서들이 모이면 안 날을 어디로 잡을지에 대한 그림이 그려집니다.
명의신탁 주장과의 관계
이 사건의 한 축은 명의신탁 주장이 실패한 뒤 유류분으로 전환이라는 점입니다.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 명의신탁은 통상 무효이고, 유효성을 인정받기 위한 요건도 엄격합니다. 그렇기에 명의신탁 주장과 유류분 청구를 어떤 순서·구성으로 묶을지는 전략의 영역입니다. 한 가지 청구가 실패해도 다른 청구가 막히지 않도록 예비적 청구 구조를 검토할 가치가 있습니다.
보전 처분 — 시효를 의식한 추가 도구
시효 만료가 임박했다면 통상 본안 청구 외에 가압류·가처분 같은 보전 처분을 함께 검토합니다. 권리 행사의 의지를 객관적으로 남기는 절차이기도 하고, 사후 분쟁 단계에서 자산 보전의 효과도 큽니다.
FAQ
Q. 망인이 사망한 지 1년이 넘었는데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단기소멸시효 1년은 증여 사실과 유류분 침해 사실을 안 날로부터 계산되며, 사망일과 다릅니다. 다만 10년 장기시효도 있어 신속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Q.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한 증여도 유류분 대상이 되나요?
A. 원칙적으로 사망 1년 이전 증여는 제외되지만, 양 당사자가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았던 경우에는 1년 이전 증여도 대상이 됩니다.
마무리
유류분은 단기시효 때문에 기회 자체가 사라지는 사건입니다. 사망 1년이 넘었으니 끝났겠지라고 단정하지 마시고, 어떤 시점에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부터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객관적 자료·소송 기록·자문 시점 등을 종합해 보면, 통상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안 날은 늦게 잡힙니다. 이 사건의 항소심 판결처럼, 정확한 사실관계 정리가 결과를 바꿉니다.
명의신탁 vs 증여 — 사실관계의 미세한 차이
명의신탁과 증여는 외형만 보면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통상 다음과 같은 사정으로 갈립니다.
- 자금의 출처가 누구의 계좌인지
- 부동산 관리(임대료 수령·세금 납부)를 누가 했는지
- 매매 계약·등기 과정에서 누가 실질적으로 의사 결정을 했는지
- 가족 간 대화에서 "이 부동산은 사실 누구 것"이라고 정리했는지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 명의신탁은 통상 효력이 부인되고 신탁 약정 자체에 형사적 위험까지 따라붙는 경우가 있어, 실무에서는 신탁 주장이 점점 어려워지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신탁이 인정되면 증여 자체가 아니다"라는 구성은 매력적이지만, 실제 인정률이 낮다는 점을 통상 전제로 두어야 합니다.
1심과 항소심을 가른 한 가지 사정
같은 판례·같은 사실관계를 두고도 결론이 달라진 이유는, 항소심이 "명의신탁 사실을 진지하게 믿었다"는 점을 별도로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의 원고는 명의신탁 소송을 1심·2심·상고심까지 끌고 갔습니다. 통상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확신을 가지고 다툰 사정"이 있다는 평가가 가능했고, 그 사이 유류분 청구를 지연한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본 것입니다.
보전 처분과 함께 가는 본안 전략
-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 등기 이전·근저당 설정을 차단
- 채권 가압류: 매매대금이나 임대료 등에 미리 보전
- 등기부등본 정기 모니터링: 분쟁 자산의 처분 정황을 즉시 포착
시효가 가까울수록 통상 본안 청구의 신속성과 보전 처분의 동시 진행이 결과의 차이를 만듭니다.
의외로 자주 빠지는 함정 — 자문 시점의 객관화
저는 상담실에서 "안 날"이 언제인지 정리할 때 통상 첫 변호사 자문 시점을 먼저 봅니다. 그 자문에서 어떤 사실까지 정리됐는지, 자문 결과를 기록·메일로 남겼는지, 추가 자료 요청이 있었는지 같은 흔적이 사후의 시효 다툼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처음 만나는 변호사와의 대화 요지를 메일로 정리해 두는 습관이 통상 한 사건을 살리기도 합니다.
한 줄 결론
유류분 시효 다툼의 핵심은 통상 "권리 행사의 가능성을 언제부터 명확히 알았는가"입니다. 사망 1년이 지났다고 포기하지 말고, 어떤 사정으로 권리 행사가 지연됐는지 사실관계를 정리한 뒤 변호사 검토를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바이라인 · 작성·검토: 윤지상 변호사 · 검토일: 2026-05-30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한 칼럼이며, 개별 사건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인의 사정에 맞는 법률 조언이 필요하다면 변호사 상담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