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답변 차용증 없는 가족 송금이 대여로 인정되려면 반환 약정과 5가지 정황 증거가 필요합니다.
호주에서 유학 중인 아들 부부에게 7년 동안 2억 7,650만 원을 송금한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아들이 갑자기 사망한 뒤 며느리와 손자(대습상속인)를 상대로 어머니가 “그 돈은 빌려준 것”이라며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차용증은 없었습니다. 1심은 어머니 손을 들어줬는데, 2심은 정반대로 판단했습니다.
“가족끼리 차용증 받는 게 어디 쉽나요.” 자주 듣는 말입니다. 막상 분쟁이 시작되면 법원은 객관적 기록만 봅니다. 이 판례는 가족 간 송금을 대여로 인정받기 위해 어떤 기준이 필요한지 매우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판례의 핵심 1심은 부모의 경제력과 일상가사채무 법리로 어머니의 대여금 반환청구를 받아들였지만, 2심은 “반환 약정의 존부”가 결정적 기준이라며 판결을 뒤집어 어머니 패소(증여로 판단)로 종결했습니다.
차용증 없이 보낸 가족 간 송금, 대여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다만 차용증이 없다면 송금의 빈도와 액수, 자녀가 갚으려 한 정황, 다른 자녀와의 형평성, 반환 요구 시점이 모두 검증됩니다. 대전고법 2025나753은 이 다섯 가지 기준을 정면으로 정리했습니다.
이 사건의 시사점
한국 가족 사이에서는 차용증 없이 거액이 오가는 일이 흔합니다. 자녀의 유학비, 신혼집 마련, 사업 자금까지 부모가 먼저 돈을 보내고 “나중에 갚아라”라고 한마디 덧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가족 관계가 틀어졌을 때 그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느냐입니다.
이번 판결은 7년에 걸쳐 약 2억 7,650만 원을 보낸 시어머니가 사망한 아들의 며느리와 손자를 상대로 반환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1심과 2심이 정반대로 갈렸고, 항소심은 1심이 의지했던 “부모의 경제력” 논리를 정면으로 부정했습니다.
대여와 증여를 가르는 결정적 잣대는 단 하나, “반환 약정이 있었는가”입니다. 2심은 이 단순한 잣대를 다섯 가지 정황 기준으로 풀어냈습니다.
사건 개요

원고는 호주에서 유학 중인 아들 부부의 계좌로 2017년 3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약 7년에 걸쳐 총 276,503,500원을 송금했습니다. 같은 기간 아들 부부는 어머니에게 총 29,720,000원을 송금했습니다. 차용증·이자 약정·변제 기일 모두 없었습니다. 아들이 사망한 뒤 어머니는 며느리와 손자를 상대로 잔여 약 2억 4,600여만 원의 대여금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 항목 | 내용 |
|---|---|
| 1심 |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24가단123403 (대여금) |
| 2심 | 대전고등법원 2025나753 (원심 파기 — 증여) |
| 원고 | 시어머니 (방앗간 운영) |
| 피고 | 며느리 + 손자 (사망한 아들의 대습상속인) |
| 송금 기간 | 2017년 3월 ~ 2024년 4월 (약 7년) |
| 총 송금액 | 약 2억 7,650만 원 (원고 아들 부부) |
| 역송금액 | 약 2,972만 원 (아들 부부 원고) |
| 차용증·이자 | 없음 |
| 핵심 쟁점 | “반환 약정”의 존부 — 대여 vs 증여 |
| 결과 | 1심 원고 승 2심 원고 패 (증여로 판단) |
재판부의 판단 — 1심과 2심이 갈린 지점

1심: 부모 경제력 + 일상가사채무 대여로 인정
1심 법원은 어머니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어머니가 방앗간을 운영하며 근근이 생계를 책임지는 상황에서 2억 원이 넘는 거액을 송금했고, 일부는 본인이 직접 대출까지 받아 보냈다는 점을 무겁게 봤습니다. 아들 부부가 호주에서 뚜렷한 소득 없이 어머니의 돈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한 만큼 일상가사채무에 해당해 며느리도 연대해서 갚아야 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2심: “반환 약정 존부”가 결정적 기준 — 5가지 정황 분석

항소심은 1심을 정면으로 뒤집었습니다. 대여와 증여를 가르는 결정적 잣대는 반환 약정의 존부라고 못박은 뒤, 다음 다섯 가지 정황을 근거로 어머니의 송금이 “시혜적 부양”, 곧 증여라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장기간 추가 송금의 이례성과 소액 송금의 빈번함입니다. 7년에 걸쳐 20만 원부터 4,000만 원까지 수십 차례 송금이 있었습니다. 초기에 보낸 거액을 한 푼도 돌려받지 않았는데도 계속 돈을 보낸 점, 명절·생일 무렵 잦은 소액 송금은 반환 전제의 대여라기보다 부모의 부양·증여로 봐야 했습니다.
둘째, 다른 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의 형평성입니다. 어머니가 차남에게 방앗간 사업 자금을 대주는 등 다른 자녀에게도 상당한 경제적 지원을 해온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이 아들 부부에게만 특별히 “빌려준” 것이 아니라 자녀들을 두루 지원해온 부모의 일반적 성향으로 해석됐습니다.
셋째, 아들 부부가 보낸 돈의 성격입니다. 아들 부부가 어머니에게 보낸 약 2,972만 원은 이자나 원금 변제가 아니었습니다. 명절·생일 무렵 보낸 돈은 용돈에 가까웠고, 비자 연장용 잔액 증명 등 분명히 빌린 돈은 단기간에 전액 상환한 기록이 있었습니다. 나머지 장기간 미반환 금액은 애초에 갚을 의무 없는 돈, 즉 증여였다는 추론이 자연스러웠습니다.
넷째, 갈등 발생 이후에야 시작된 반환 요구입니다. 어머니가 “돈 갚으라”고 말한 시점은 며느리와 보험계약 수익자 변경 문제로 갈등이 고조된 이후였습니다. 재판부는 이를 “받을 생각 없이 지원했다가 며느리가 괘씸해진 시점에 과거 지원을 철회하고 압박하기 위한 주관적 동기”로 봤습니다.
다섯째, “성공하면 갚겠다”는 말의 법적 효력입니다. 아들이 어머니에게 “나중에 성공하면 어떻게든 하겠다”라고 한 말은 확정적 채무 승인이나 법적 구속력 있는 반환 약정이 아니라 자녀가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겠다는 도의적 다짐에 불과하다고 일축됐습니다.
변호사 해설
저는 가족 간 금전 분쟁을 많이 다뤄왔습니다. 친족상도례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의견서를 냈고, 친족 사이의 재산 다툼이 결국 객관적 기록으로 결판난다는 사실을 자주 확인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부모님이 보내신 돈을 자녀가 “받았다”고 보는 게 한국 법원의 1차 시선입니다.
1심이 어머니 손을 들어준 논리는 정서적으로 충분히 이해됩니다. 본인 경제력을 넘는 거액을 보냈고, 일부는 대출까지 받아 보낸 어머니의 헌신은 인간적으로 누구나 인정할 만합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그 정서적 평가를 법적 평가와 분리했습니다. “돈을 보낸 동기”가 아니라 “반환 약정의 존재”가 법적 잣대라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한 가지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이런 사건은 재판부마다 정서적 가중치가 다를 수 있습니다. 저도 비슷한 사실관계에서 결론이 갈린 사건을 본 적이 있습니다. 다만 추세는 분명합니다. 법원은 갈수록 객관적 기록, 즉 차용증·이자·메시지·역송금 패턴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가족이라도 거액을 돌려받을 의도로 송금한다면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비슷한 상황이라면, 이런 자료를 준비하세요
- 차용증 — 이자율, 변제 기일, 변제 방법을 명시. 단순 메모도 자필 서명·날짜가 있으면 효력 있음
- 이자 수수 기록 — 매월 단 얼마라도 통장으로 오간 이자 내역. “대여”의 가장 강력한 증거
- 송금 메시지 — “이번에 보내는 돈은 OO 보증금 명목 대여, 만기 시 상환 부탁”이라는 카카오톡·문자
- 역송금 분석 — 자녀가 보낸 돈이 이자/원금 변제 명목인지, 단순 용돈인지 구분되는 기록
- 다른 자녀 지원 비교 — 부모가 자녀별로 어떤 명목·금액을 지원했는지 종합 정리
법원은 부모의 마음이 아니라 통장 기록을 봅니다. 작은 메시지 한 줄이 판결을 바꿉니다.
이 판례가 당신에게 — 유리한 경우와 불리한 경우
유리한 경우 (돈을 빌려준 입장)
자녀가 차용증을 작성했고, 매월 약정 이자가 통장으로 들어왔으며, 송금 시점에 “대여 목적”을 명시한 메시지가 남아 있다면 분쟁에서 유리합니다. 자녀가 일부라도 원금을 정기적으로 상환한 기록이 있으면 더 강합니다. 다른 자녀에게는 같은 명목의 지원이 없었다는 점도 보강 정황이 됩니다.
불리한 경우 (받은 입장에서도, 보낸 입장에서도)
반대로 본인이 차용증·이자·반환 일정 어느 것도 남기지 않은 채 가족에게 거액을 보냈다면, 법정에서 대여로 입증하기는 어렵습니다. 7년에 걸쳐 수십 차례 소액·거액이 섞여 송금됐고 한 푼도 돌려받지 않은 상태로 추가 송금이 이어졌다면, 법원은 “처음부터 받을 생각이 없었던 부양”으로 봅니다. 갈등이 생긴 뒤에야 반환을 요구한 정황은 결정적 약점이 됩니다.
“성공하면 갚겠다”는 약속에 법적 효력이 있어야 하는가?

자녀가 부모에게 한 “성공하면 갚겠다”는 말은 도의적 다짐일 뿐 법적 채무 승인이 아니라는 것이 항소심의 판단입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윤리적 약속을 법이 채무로 인정해버리면, 가족 부양의 본질이 거래로 변질됩니다. 그러나 그 선을 너무 엄격하게 그으면 부모의 헌신이 법적으로 무력해지는 결과도 생깁니다. 어느 지점에 선을 그어야 가족 부양의 의미와 법적 안전성을 함께 지킬 수 있을까요. 이 판결은 그 선을 “객관적 약정 기록의 존재 여부”에 두었습니다.
결과 너머의 삶

판결문 한 줄로 끝나지 않습니다. 분쟁이 시작되기 전에 가족 사이에 정리해두면 좋은 일이 있습니다. 첫째, 거액 송금에는 한 줄 메모입니다. “이 돈은 OO 명목 대여” 또는 “이 돈은 OO 명목 지원”이라는 카카오톡·문자 한 줄이 분쟁 판도를 바꿉니다. 둘째, 차용증과 최소한의 이자입니다. 단 1만 원이라도 정기 이자가 통장으로 오가면 “대여”가 인정됩니다. 셋째, 증여세 사전 시뮬레이션입니다. 거액이 증여로 분류되면 증여세 부담이 함께 따라옵니다. 변호사·세무사가 함께 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넷째, 대습상속에 대한 사전 이해입니다. 자녀가 부모보다 먼저 사망하면 손자녀가 대습상속인이 됩니다. 가족 간 채권·채무가 손자녀에게 그대로 이전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셔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차용증 없이 가족에게 보낸 돈은 돌려받을 수 없나요?
노종언 변호사 ▸ 차용증이 없다면 입증이 매우 어렵습니다. 다만 이자가 정기적으로 오갔거나, 송금 시점에 “대여 목적”이 명시된 메시지가 남아 있으면 대여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황이 다층적으로 쌓여야 합니다.
Q. 가족 간 송금이 대여인지 증여인지 법원은 어떻게 구분합니까?
노종언 변호사 ▸ 결정 기준은 “반환 약정의 존부”입니다. 차용증·이자 수수·송금 메시지·역송금 패턴·다른 자녀와의 형평성·반환 요구 시점이 종합적으로 검증됩니다. 대전고법 2025나753이 다섯 가지 기준을 정면으로 정리했습니다.
Q. 자녀가 사망했다면 빌려준 돈은 누구에게 청구하나요?
노종언 변호사 ▸ 대습상속이 적용됩니다. 자녀가 부모보다 먼저 사망하면 그 자녀의 직계비속(손자녀)이 대신 상속인이 됩니다. 채무도 함께 상속되므로 며느리와 손자녀가 모두 채무 상속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한정승인·상속포기를 검토할 시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Q. “성공하면 갚겠다”는 말에 법적 효력이 있나요?
노종언 변호사 ▸ 그 말 한마디만으로는 채무 승인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항소심은 이를 “도의적 다짐”으로 보고 법적 구속력을 부인했습니다. 반환 약정으로 인정되려면 금액·시기·방법이 어느 정도 특정되어야 합니다.
Q. 매월 이자를 받지 않으면 자동으로 증여가 되나요?
노종언 변호사 ▸ 자동 증여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자가 없으면 “대여”로 인정되기 위한 강력한 입증이 추가로 필요해집니다. 가족 사이라도 단 1만 원이라도 정기 이자가 통장으로 오가면 분쟁이 생겼을 때 결정적 증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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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노종언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가사 전문변호사, 구하라법 입법 활동 기여, 친족상도례 헌법불합치 의견서 제출) 검토: 윤지상 변호사 (前 서울가정법원·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 13년, 「상속재산분할 및 유류분 재판실무편람」 집필위원) 마지막 업데이트: 2026-05-07 본 글은 법원의 공개 판결문을 분석한 법률 정보 제공 콘텐츠입니다. 사건 관계인의 개인정보는 비식별 처리되어 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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